201X

성읍에 내령

kim.pro 2012. 4. 12. 21:35























































































길도 모르면서 그냥 걸었다. 버스정류장이 있겠거니, 버스가 오겠거니, 안 오면 말지 뭐-

사람도 차도 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골 동네를 걸을 때는 세상 만물이 아름답다.

그래도 목적지에는 닿아야겠기에 마침 극적으로 지나가던 택시에 올랐다.


에코랜드에 가려고 하니 버스 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달라고 했다.

잘은 몰라도 대략의 버스노선을 알고 있는 나와 제주출신 P언니였지만,

별 아는 척 안하고 있으니 기사님이 막 무시했다.

학생이냐며, 중학생이냐며, 직장인이냐며, 비정규직이냐며...

웹기획자와 회계사와 간호사입니다 라고 말하진 않았다. 그저 "하..하하"

다 알아들었는데 기사님은 왜인지 굉장히 답답해하시며 정차하더니 화 섞인 제주어로 열변을 토하신다.


"성읍에 내령! 교래리 가는 버스를 탕! 다섯 대 중에 한 대만 교래리가는거! 한 대에 당첨이 되야돼!"




제주어는 그렇다. (어쩐지 제주 '사투리'라고는 안하고 싶은 언어)

말 끝에 'ㅇ'을 붙인다. 할머니는 할망, 할아버지는 하르방, 아방, 어멍, 가시어멍(장모님) 이런 식.

기사님은 화를 내는데 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재밌어 크크킄ㅋ.

한대에 당첨되어야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신다. 검지손가락이면 안 되었던걸까.


우리는 성읍에 내령 처음 한 대를 보내고 두 번째에 당첨되었다.




당첨을 기다리며 어여쁜 겹동백을 만났고, 목소리 큰 똥강아지를 만났다.











April 2012 @ 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