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1Q
생긴대로 살기 본문
나를 미친 애로 생각하겠구나, 했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일년에 한번 여름휴가, 그리고 종종 바람 쐬는 정도의 여행이 전부니까. 평균치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는 평균 이상- 하고도 한참이나 이상한 애니까. 제주에서 살다 왔다며 늦겨울에 다녀온 제주를 초여름에 또 가더니 태풍 맞아 고립까지 되고 말았으니 이미 게임 오버. 게다가 프로젝트 가오픈일이었다. 차라리 대놓고 혼이라도 나면 후련하련만 온몸에 산모기 물린 자국이 선명한게 불쌍해서였을까, 대충 넘어가는게 더 마음 불편했다. 당분간 여행은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제주 아닌 곳도 툭하면 혼자 떠나고 툭하면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드라이브 가는 횟수까지 더하면 이미 보통 직장인의 두세배는 족히 즐기고 있었으니. 조용히 현실에 충실하며 살다가 내년쯤 짧게나마 태국여행을 다녀오자 다짐했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은 나를 두고 한 말일까. 개 못 주면 고양이는 받아주려나.
"생각 곱씹지 좀 마. 무서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특별한 건 없는데 그냥 그랬다. 형용하기 어려운 걸 보니 정말 별 거 아니었나보다.
월요일 출근 길, '아무래도 떠날 때가 됐나보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팀 주간회의 때 "이번 주에 연차 쓰시는 분?" 하고 묻는데 나도 모르게 "금요일 반차 쓸께요" 하고 말았다. 아뿔싸. 가끔 내 행동력에 놀라고 만다.
목포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목포에 가고 싶어 떠난게 아니라, 떠나고 싶은 김에 행선지가 목포였을 뿐이니. 다른 도시에 비해 여행정보가 부족했던 목포는 적은 정보를 캐내면 캐낼수록 매력적인 도시였다. 어쩐지 1박으론 부족할거란 느낌이었고, 목포역에서 항구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지나치게 좋아져버렸다. 어서 내일이 되어 밝은 태양아래 예쁜 도시를 원 없이 담아내고 싶었다.
'생각을 하러 왔는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목포 평화광장 앞 모텔 505호에서.
November 2011 @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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