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1Q
불과 지난 달에도 지지난 달에도 회사 일 때문에 다녀온 제주. 이번엔 오롯이 여행하러 제주에 갔다.여행 메이트 강짜이와는 같은 날 다른 비행기로 도착했다. 이제 막 제주에 도착한 우린 허기진 배를 달래야만 했다. 짜이랑은 맛집 찾을 때도 잘 맞지만 그딴거 필요 없달 때도 참 잘 맞는다. 숙소 근처 아무데나 가자며 일단 나섰다.본능이 이끄는대로 하루방보쌈에 들어가 이름이 보쌈집이니까 보쌈 하나, 첫 끼니니까 막국수도 하나, 빨리 먹고 아라리오뮤지엄 가야되니까 술 대신 사이다 하나- 를 주문했다. - 인스타 인증샷 유발하는 막국수의 고운 자태 한 입 먹고 우린 아라리오뮤지엄 따위 쿨하게 포기하며 "여기 막걸리 하나요"를 외쳤다. '본능적으로 살자'는 교훈이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 보쌈김치 옆에는 무려 오징..
요즘 애정하는 드라마 최수아 고향이 제주도라고 했을 때 이미 느낌이 왔는데 본격적으로 제주도 촬영분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고은희 할머니가 소원 얘기할 때는 영상에 성산일출봉이 나와서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다.제주 영상의 절정이었던 어제,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장소가 나타났다. 잠시 제주에 살 때 혼자 산책하던 나만의 장소가 눈 앞에 펼쳐진 것. 물론 나만 아는 장소는 아니겠지만 정말 알려지지 않은 동네라 반갑고도 당혹스러웠다. (2016년, 공항 가는 길 11회 중) (2010년, 홀로 산책 중) 그 길 위 저 빈집에 고은희 할머니 작품이 놓이고 서도우가 드나들어 반가움, 아름다운 영상에 반해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생기겠다는 생각에 당혹스런 우려. 벌써 '공항 가는 길 제주도 촬영지'가 검색 키워..
4년여만에 두모악에 갔다. 2010년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부터, 제주에 갈 때마다 거의 매번 의식적으로 두모악에 들렀다. 교통편이 불편한 곳이라 뚜벅이 여행자인 나는 삼달리 입구에서부터 20~30분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그 길이 좋아 일부러 더 찾기도 했다. 두모악에 도착해서는 전시도 전시지만 폐교 속 정원이 좋아 그 안을 자꾸 맴맴 돌았다.몇 해 전까지만해도 사람들에게 '두모악'이라고 하면 "그게 뭐야?", '김영갑 갤러리'라고 하면 "그게 어디야?" "좋아?" 하는 질문이 돌아왔었다. 그러나 좋은 것은 누구든 알아보는 법. 아마도 (개인적인 생각으론) 올레길의 유행과 함께, 두모악은 핫해졌다. 좋은 곳이니 사람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랐던 두모악이 바뀌었..
몇 해 전, 디자이너인 친구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Museum SAN. 원래 목적지는 이 곳이 아니었다. 고속도로 위에서 "어디 갈까?" 하다가 불현듯 떠올라 내달렸다. 늘 마음 속 라이킷리스트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엄청 넓은 부지에 자연와 어우러져 아름답게 설계된 이 곳은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작품이다. 건축 디자인에 문외한이지만 제주도 섭지코지 내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안도다다오 특유의 매끈한 노출 콘크리트와 제주의 현무암을 뼈대로 물과 바람, 저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 주었다.그런데 뮤지엄 산은 그보다 더 큰 스케일로 내용물까지 꽉 채운 공간이었다. 출처: http://museumsan.org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
해가 떠오른 뒤 해가 넘어간 뒤 2016. 7. 22. ~ 7. 24. 꿈꾸는 섬 게스트하우스 제주시 조천읍 조천3길 27-1 (조천리 2397) 070-4415-8042
공항에 가기 전 동문시장 구경하다가 발길 이끌리는대로 가다가 빨간 건물을 발견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예정에 없었던 아라리오 뮤지엄.시간이 빠듯했어도 이왕 온거, 들어가봤다. 서울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이어 제주에 4개가 더 있다.1.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2.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3.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Ⅰ 4.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이곳은 동문모텔Ⅰ이었다.버려진 건물을 사들여 시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현대미술을 소개한다는 프로젝트의 일환. 동문모텔Ⅰ은 특히 과거 모텔의 골격을 그대로 살리고 작품화했다. 전시는 지하1층부터 지상5층까지 이어지는데, 전체적으로 어둡고 으스스하다. 경험에 의해 경고하자면, 겁 많은 사람은 절대 혼자 가지 말 것. 임산부와 노약자도 가지 말 것. 가까운..
지구방문자에 비치된 전시 엽서를 보고 검색해 봤지만 전시에 대한 정보도, 전시장 '비아아트'에 대한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전시장이 대동호텔 내부에 있다는 걸 알고 전화 문의 후 찾아갔다. 동문시장 앞 산지천마당에서 대동호텔이 보였다. 시간을 멈춰 놓은 듯한 호텔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로비에서 안내 받고 응접실 같은 공간을 지나자 비아아트 전시장이 나왔다. 전시장 안에는 나와 작품만 있었다. 평소 뜨개질에 관심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라 오랜 시간 공들여 감상했다.설치 미술 전시를 좋아하지만 종종 너무 난해해서 한치도 공감하지 못하고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진아 작가의 작품에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운이 느껴졌다.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뜨개질로 감싸 작..
소심한 책방은 조용한 동네 조용한 골목에 있었다. 간판은 작지만 사진에서 본 오각형 아이보리색 건물이 바로 눈에 띄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골목에선 동네 주민 한두명 봤을 뿐인데 책방 문을 열자 여행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기분.성수기 주말인데다 멀지 않은 세화리에서 벨롱장 열리는 날이어서 그랬나보다. 책방이라 사람이 많아도 왁자지껄하지 않아 괜찮았다. 생각보다 책 종류가 많았다. 독립출판 서적이 주였지만 대형서점에서 판매되는 책도 적지 않았다. 특이한 건 제주와 관련된 책이 종류 불문하고 많았다는 것. 서울 독립출판 서점에서 보지 못한 책도 더러 있었다. 몇몇 책에는 이렇게 짧은 소개 메모가 붙어 있다. 아무래도 메모 붙은 책에 더 손이 갔다. '그..
각인갤러리에서 또 도보로 10여분. 올레길 18코스를 따라 걷다가 코스를 벗어나 지도 어플이 안내해 주는 길로 걷는다. '하동회관'이라고 써 있는 조천하동경로당을 만나면 그곳을 등지고 건너편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겉보기엔 그냥 흔한 하얀색 가정집이다. 입구가 골목 안쪽으로 나 있고 간판도 눈에 띄지 않아서 눈 앞에 두고도 못 찾을 수 있다. 지도 어플이 알려주는 그곳이 맞으니 의심하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집 밖에선 상상 못할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당을 지나 안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상상 못할 풍경이 펼쳐졌다. 감동을 200% 만끽하기 위해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에어콘 바람에 열기를 식혔다. (그 때는 정체를 몰랐던) 남자분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내..
꿈섬에서 파란 화살표 따라 올레길 18코스를 정방향으로 걸으면 5~10분 정도 거리에 각인갤러리가 있다. 대서 다음 날이었다. 몇 걸음만 걸어도 뜨거운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무인카페로 운영된다는 각인갤러리 출입문에 친절한 메모가 적혀 있다.올레길 걷느라 고단하시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어오셔서 사진전도 보시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 주인장에게 연락주시면 사진을 예쁘게 담아드려요~ 비치된 물은 개인 물통에 담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아, 사진 찍어달랠걸 그랬다. 장염 환자였던 나는 화장실이 급해서 연락 드렸다. 미친 더위에도 불구하고 찬걸 많이 마시면 안될 것 같아 참고 있었는데 다정하게도 작가님이 더치커피를 나눠주셨다. 원래는 돈 주고 사 먹는 음료인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니 (사실 넘나 땡겼으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