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1Q
인사동은 겨울에 본문
서울에서 태어나 의정부에서 자란 나는 비교적 추위에 강해, 한 겨울 보일러가 고장나 내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적에도 그럭저럭 참아냈다. 조금 즐기기까지 해 보일러 수리는 차일피일 미뤄져 봄이 되었던가.
요즘은 모든 시간과 영혼을 회사 일에 집중하며 지낸다. 아침엔 무너질 것 같은 몸을 일으켜 쉬- 하면서부터 일 생각을 한다. '오늘은 이걸 이렇게 해야지' 하루 최대 15시간을 일하고 집에 가서는 영혼 이탈을 막기 위한 무언가 (mp3 파일을 동기화 시킨다거나..)를 하며 와인을 마신다. 캔맥주도 좋다. 몸이 지쳐있으니 몇 모금에도 금세 취기가 돈다.
어제는 할머니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 시절, 추운 겨울 학원에서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귀가할 때.
반갑게 문을 열어주고 "춥지?" 하며 나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겨드랑이께에 넣는다. 그 바람에 현관에 서서 신발도 벗지 못한 채 갑작스런 따스함에 녹아버린다. 큰 손으로 발갛게 상기된 볼을 만져주면 나는 입술을 쭈욱 내밀고 품에 파고들고 만다. 귀가할 손녀를 기다리며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하려 집에서 패딩을 입고 기다리던 분.
더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의 퇴근은 어떻게 맞이해줄까.
살아있는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싶다.
서울에서 생활한 기간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추위에 약해졌다.
그 겨울 인사동에는 우리 할아버지처럼 뒷짐 진 뒷모습이, 우리 할머니처럼 곱슬한 머리카락이 많이 보였다.
March 2011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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