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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사도 가봐요 <소심한 책방> 본문

2016

책 안사도 가봐요 <소심한 책방>

kim.pro 2016. 8. 7. 17:55


소심한 책방은 조용한 동네 조용한 골목에 있었다.
간판은 작지만 사진에서 본 오각형 아이보리색 건물이 바로 눈에 띄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골목에선 동네 주민 한두명 봤을 뿐인데 책방 문을 열자 여행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기분.

성수기 주말인데다 멀지 않은 세화리에서 벨롱장 열리는 날이어서 그랬나보다.
책방이라 사람이 많아도 왁자지껄하지 않아 괜찮았다.



 


생각보다 책 종류가 많았다.
독립출판 서적이 주였지만 대형서점에서 판매되는 책도 적지 않았다.
특이한 건 제주와 관련된 책이 종류 불문하고 많았다는 것.
서울 독립출판 서점에서 보지 못한 책도 더러 있었다.



 


몇몇 책에는 이렇게 짧은 소개 메모가 붙어 있다.
아무래도 메모 붙은 책에 더 손이 갔다.

'그듸'는 '거기'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우연히 집어든 <15년>은 반갑게도
성수동 책방이곶 사장님(@leereum)의 책이었다.
안팎으로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고 소박한 사진도 좋았다.



 


부천 5KM에서 출판한 <세렝게티 주민들>도 만났다.
읽어볼 기회는 많았는데 여유가 없었던 터라 제주까지 가서야 진득하게 읽었다.
5KM 사장님(@cafe5kmbookstore)의 허당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다.



 


어라운드 매거진에는 주이킴 언니(@zooeykim)의 글이 있었다.
이번 호에는 나랑도 같이 갔던 랏마욤 수상시장이 소개돼 있어 더 반가웠다.





책만 파는 책방이 아니었다.
뚜벅이 여행자라면 여행 중에 책 구입하기가 부담되는데
유니크한 엽서며 아기자기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 뭐든 하나 사들고 나오고 싶은 곳이다.
책방에서 굿즈 판매하는게 쌩뚱 맞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제주를 소재로 한 고퀄 제품이라 전혀 위화감 없었다.





한쪽 벽면에는 독특한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류재혁 작가의 <ALL RIGHT>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밥도 왼손으로 먹고 글씨도 왼손으로 쓰고 축구도 왼발로 하죠.
하지만 이 그림들은 전부 오른손으로 그렸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이유를 하나 꼽자면 오른손으로 그릴 때가 더 즐거워서입니다.
통제가 된듯 안된듯, 다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으면 꼭 제 그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전 그게 참 좋습니다.
제 그림을 침대 옆 벽에 붙여보세요~
악몽을 무찔러 줄겁니다.
- INSTAGRAM @zzapzzam

엽서 산다는 걸 깜빡해 버렸다.





안쪽 방에서 뭔가 작업 중이던 주인장(?)에게 택배를 부탁했다.
며칠 후 꼼꼼하게 포장된 <그듸>가 집으로 도착했다.



2016. 7. 23.




소심한 책방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종달리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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