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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아티스트 이진아 개인전 <스미다> - 제주 비아아트 본문

2016

뜨개질 아티스트 이진아 개인전 <스미다> - 제주 비아아트

kim.pro 2016. 8. 7. 20:03


지구방문자에 비치된 전시 엽서를 보고 검색해 봤지만
<스미다> 전시에 대한 정보도, 전시장 '비아아트'에 대한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전시장이 대동호텔 내부에 있다는 걸 알고 전화 문의 후 찾아갔다.




동문시장 앞 산지천마당에서 대동호텔이 보였다.
시간을 멈춰 놓은 듯한 호텔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로비에서 안내 받고 응접실 같은 공간을 지나자 비아아트 전시장이 나왔다.





전시장 안에는 나와 작품만 있었다.
평소 뜨개질에 관심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라
오랜 시간 공들여 감상했다.

설치 미술 전시를 좋아하지만 종종 너무 난해해서 한치도 공감하지 못하고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진아 작가의 작품에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운이 느껴졌다.





<버릴 수 없었던 것들>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뜨개질로 감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호치민_크리스마스트리>

작가가 베트남 호치민에 머무를 때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인 호치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바구니를 수집하고
그 위에 하얀색 실을 감각적으로 엮어냈다.





<북아현동_라지에이터박스>

이 전시의 메인 작품.
50년 된 북아현동 친정집이 재개발로 허물어질 때 낡은 라지에이터박스를 작업실로 가져왔단다.
'어떤 존재감도 없이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줄로 알았던' 그것을 작품화하는 작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식과도 같았다는 설명이 애잔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의정부 집 붙박이 신발장과
집으로 올라가는 복도 창문에 화석처럼 붙어 있는 중국집 스티커가 아른거렸다.





<손수건_마음닦기>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을 오가는 버스에서 엮었다는 작품.
부드러운 뭉치를 만지는 행위로 위로를 전하고 싶었단다.





전시는 지하로 이어졌다.





<규슈_장갑>

호치민에서의 생활이 계기가 되어 여행지에서 만난 오브제를 작품으로 연결시킨 케이스.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을 하면 그곳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 하나하나가 생경하게 다가오는데,
작가도 끊임없는 자기 발굴을 위해 여행자를 자처한게 아닐까.





<제주_물신>

마지막 작품은 거대한 마늘망 안에 가지런히 놓여진 파란색 고무신들이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신는, 제주 오일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신발을 물신이라고 부르나보다.
강렬한 보색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

여행자 신분으로 제주 여행 중에 본 전시.
제주 색이 담긴 작품이 마지막을 장식하는게 꽤 괜찮은 끝이었다.





관장님이었을까?
전시를 다 보고 나오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내어주셨다.
그리고 '목도리 일기'라는 작가 노트를 읽었다.

목도리 뜨개질 일기인데 의외로 재밌어서 집중해서 봤다.
소박한 이야기와 문체가 맘에 들었다.





<성장>

키가 작았던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무렵 갑자기 죽죽 크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크는 것을 보는 일이 기뻐서 길게 길게 만들었다.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후 목도리 끝에 열매를 달아주었다.





<문어>

주변 지인에게 자인의 정체성에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나 식물을 말해달라고 하였다.

예쁘고 늘씬한 지인이 뜻밖에 '문어'라고 답하였다.
그녀를 형상화하기 어려워 두 개를 만들었다.





<끈끈이 주걱>

그녀는 '끈끈이 주걱'과 같은 태도를 취하지만
나는 늘 그녀 안에 토끼를 본다.

(목도리 끝에 토끼가 있다)




전시를 보러 간다면 목도리 일기도 꼭 읽어 보시길.



2016. 7. 24.




이진아 <스미다>
2016. 7. 20. ~ 8. 28.
대동호텔 아트센터 비아아트(viaart)

제주시 관덕로15길 6 (일도1동 1323-1)
064-723-2600

ps. 휴무일과 운영시간은 전화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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