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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착한 쉼터 <각인갤러리>

kim.pro 2016. 7. 31. 23:16


꿈섬에서 파란 화살표 따라 올레길 18코스를 정방향으로 걸으면
5~10분 정도 거리에 각인갤러리가 있다.



 


대서 다음 날이었다.
몇 걸음만 걸어도 뜨거운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무인카페로 운영된다는 각인갤러리 출입문에 친절한 메모가 적혀 있다.

올레길 걷느라 고단하시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어오셔서
사진전도 보시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
주인장에게 연락주시면 사진을 예쁘게 담아드려요~
비치된 물은 개인 물통에 담아가셔도 괜찮습니다 ^^

아, 사진 찍어달랠걸 그랬다.


 



장염 환자였던 나는 화장실이 급해서 연락 드렸다.
미친 더위에도 불구하고 찬걸 많이 마시면 안될 것 같아 참고 있었는데
다정하게도 작가님이 더치커피를 나눠주셨다.
원래는 돈 주고 사 먹는 음료인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니 (사실 넘나 땡겼으므로) 감사히 마셨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 쐐며 작가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다.



 


각인갤러리는 사진 작가 '윤슬' 님 개인 공간이었다.
누구나 편히 들어올 수 있게 개방해 놓고 취향껏 꾸몄다.
그리고 주제를 정해 본인의 작품을 전시한다.

카페나 샵 운영하는 지인을 보면 개인의 취향이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각인갤러리는 취향을 넘어 본인의 공간에 본인의 작품까지 전시한다는 점에서
넘사벽 클라스가 느껴졌다.



 


이번 전시는 세 번째 사진전 <동행>
엄선된 다섯 개의 작품이 한쪽 벽에 걸려 있다.

셔터를 누를 때 작가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되는 사진을 좋아한다.
<동행>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을 담아낸 마음이 예뻤다.
몇 해 전 해질녘 제주 서쪽 해변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범상치 않은 컬랙션은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 소품 협찬했었단다.
작은 병에 제주 구석구석이 담겨 있다.

내가 다녀본 곳을 더 유심하게 보게 되니, 제주를 더 알면 알 수록 재밌을 것 같다.
비자림 병에는 비자 열매 달린 비자나무 잎 하나.
조용한 사찰 관음사 병에는 메마른 나뭇가지들.
평대리 작은 해변, 세화 해변, 하도 해변 - 근방의 해변이지만 조금씩 다른 모래색.

따라해 보고 싶은 수집 활동.



 


쉬어가는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심이 뚝뚝.





차가운 커피 마시며 갤러리 앞에 물 뿌리는 윤슬 님.

꿈섬과 각인갤러리가 있는 조천리는 변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전히 조용하고 조용하다.
심지어 개 짖는 소리도 안 들리는.

관광객들로부터 벗어나 소박하게 지내기 좋은 동네다.



 


열기도 어느 정도 식혔으니 다음 행선지를 위해 안녕.
인연이면 애쓰지 않아도 다시 만나게 되니까.



2016. 7. 23.




각인갤러리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20 (2454-1)
blog.naver.com/yunsl_jeju
instagram.com/gak_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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