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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상점 <지구방문자> 본문

2016

아름다운 그림상점 <지구방문자>

kim.pro 2016. 8. 1. 13:00


각인갤러리에서 또 도보로 10여분.
올레길 18코스를 따라 걷다가 코스를 벗어나 지도 어플이 안내해 주는 길로 걷는다.
'하동회관'이라고 써 있는 조천하동경로당을 만나면
그곳을 등지고 건너편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겉보기엔 그냥 흔한 하얀색 가정집이다.
입구가 골목 안쪽으로 나 있고 간판도 눈에 띄지 않아서 눈 앞에 두고도 못 찾을 수 있다.
지도 어플이 알려주는 그곳이 맞으니 의심하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집 밖에선 상상 못할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당을 지나 안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상상 못할 풍경이 펼쳐졌다.



 


감동을 200% 만끽하기 위해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에어콘 바람에 열기를 식혔다.
(그 때는 정체를 몰랐던) 남자분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내어주셨다.
이번에도 역시 거절하지 않고 감사히 마시기로 한다.



 


지구방문자는 그림 작품을 파는 그림상점이다.
'그림상점'이라는 단어마저 작품의 연장선 같다.
상점이라는 커다란 작품 안에 그림이라는 작은 작품을 겹겹이 전시해 놓은 듯
비현실적인 입체 공간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작품과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가 공간에 어떻게 스며들지,
식물이 놓여진 위치와 잎이 자라는 방향이 작품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빛과 바람이 들고 나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조화될지,
상점이라는 커다란 작품이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달까...

다녀본 제주의 실내 공간 중 가장 아름답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찍어도 다 담아낼 수 없어 셔터 누르는 손가락이 부끄러웠다.



 


그림상점은 그림 그리는 작가 부부 강준석/류주영 님의 작품이다.
내게 아이스아메 내어주신 남자분이 강준석 작가님,
겁이 많아 손님 오면 짖는 강아지 데리고 집으로 피신하신 여자분이 류주영 작가님.

이상했다. 화풍은 한 사람의 작품 같은데 두 사람의 작품이 섞여 있단다.
설명을 듣고 유심히 보면 차이가 느껴졌다.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부부 사이가 그저 부러웠다.



 


얼마 전까진 멀지 않은 조천리 우체국 옆에서 카페를 겸해 운영했었단다.
하지만 그림보다 카페가 주가 되는 것 같아 고심 끝에 이전하고 카페는 중단했다고.
대신 내게 하셨듯 찾아오는 이에게 차 한잔 내어주고
편안히 그림 감상하고 작품 얘기 나누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좋은 고민, 현명한 선택이다.



 


화장실에 가면 또 한번 입이 떡 벌어진다.
날씨 때문에 후덥지근 했지만 둘러보느라 나오고 싶질 않았다.



 


그림 작품을 사기엔 부담되는데 뭐라도 가져오고 싶었다.

크기에 따라 1.5 ~ 2만원 정도 하는 콩짜개난을 신중하게 골랐다.
매일 분무기로 물만 주면 건강하게 자랄 아이 같았지만 그래도 난 화초킬러니까.
훨씬 잘 키워줄 친구에게 선물했다.

택배를 부탁 드렸는데 넘나 친절히 보내 주셨고
친구로부터 기분 좋은 인증샷이 도착했다.



 



2016. 7. 23.




지구방문자
제주시 조천읍 조암해안로 59-2 (조천리 2769-2)
blog.naver.com/jvisitor
instagram.com/j_visitor


ps. 서울에서 강준석 작가 개인전 <섬으로 가는 길>이 진행되고 있다
역삼동 갤러리 엘르, 2016년 8월 4일까지

[전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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