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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 <꿈꾸는 섬>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본문

2016

다시 제주, <꿈꾸는 섬>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kim.pro 2016. 7. 29. 00:32

삼년 반 만에 제주행이었다.

일에 치여서이기도 했고 마음이 동하지 않기도 했다.
일에 삶을 잠식 당해 사는 세상에서 제주와 제주 인연들과 끈을 부여 잡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여러 제주 인연도 단절한 채 살았다.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지금, 우연히 제주 출장 기회가 생겼다.
간 김에 주말 여행하기로 결심하고 찾아 보니 선택하기 힘들 정도로 예쁜 게스트하우스가 넘쳐났다.
하지만 어느 곳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가는대로, 트래블라인에서 꿈꾸는 섬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예약 전화를 걸었다.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친근한 목소리. "안녕하세요~?"
단박에 알아차렸다. "제 번호 안 지우셨어요?"


6년 전 한 계절을 머무르고 이후로도 틈만 나면 드나들었던 제주.
그 추억의 한 페이지인 '꿈섬'에 다시 갔다.

익숙한 건물, 익숙한 불빛을 따라 두근거리며 2층에 오르자 창문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치는 것 같은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나와 달리 데면데면한 두 남자(사장님과 쿠살).

스타일이 바뀌어 못 알아볼 뻔 했다며 이내 환하게 반겨주었다.
그제서야 조금 긴장됐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꿈섬에서 크리스마스 파티할 건데 올래?"

2011년 크리스마스를 꿈섬에서 보냈다.
꿈섬을 아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들과 왁자지껄하게 어우러졌던 파티.
나이가 적든 많든, 원래 아는 사이였든 처음 본 사이든 상관 없었다.

그 때 부모님 따라 온 9살 정하는 '이곳 사람들과 헤어지기 싫다'는 글을 남겼다.
그 때 27살이었던 나는 꿈섬에 양순이를 남겼다.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였고 양순이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추억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제주를 외면하며 사는 동안 깊이 묻어뒀던 이야기들이 서로 기억의 조각들로 눈 앞에 보이는 형체처럼 완성됐다.
그 시절 제주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한명한명 다 반가웠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도, 나를 잘 모를 사람도 어쨌든 다 반가웠다.





다음 날 정말로 한치 파티를 벌였다.

제철이라 알이 꽉 찬 한치와 벨롱장에서 사온 부추전과 술.
옛날 제주 이야기, 지금 제주 이야기, 육지 것들 이야기, 제주 결혼 풍습 이야기 등등 쉴 새 없이 수다 떨며.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 시절의 제주 인연은 대부분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었고, 아무리 자주 놀러갔어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들과 섞일 수 있었던 건 매번 이웃처럼 가족처럼 반겨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지인들에게 제주도 혼자 가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가면 사람들 있어" 라고 답할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정말 혼자일 것 같아 사실 전날까지도 주저했다.
쓸데 없는 걱정을 했다.

가면 사람들이 있는데.


2016. 7. 22. ~ 7. 24.




꿈꾸는 섬 게스트하우스
제주시 조천읍 조천3길 27-1 (조천리 2397)
070-4415-8042

ps. 한치 파티는 꿈섬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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