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1Q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으로 말하는 거란다. 악기로 말하는 사람,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들. 결국은 다 소통이니까. 그래서 나의 사진은 수다스럽나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언젠가 사랑을 하던 때였던가, 사랑에 지쳐있을 때였던가는 말이 없었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자고 다짐하던 때부터 나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오래 수다 떨고 있구나 그러고보니. 조금 쉬고 싶다. August 2011 @ Jeju
애초에 '여행'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지만, 인생이 그렇게 생각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무이파에게서 단단히 배웠다. 부지런해지는 새벽. 작년 혼자 찾았던 비자림에서 나는 의식적으로 연리지를 빼놓고 둘러봤다. "여기 아바타 숲 같아"를 연발하는 커플과 함께 걷기 싫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여차저차 처음 만난 연리지는 이랬다. 신륵사의 대칭 나무를 떠올리는 모습. 식물을 사랑하는 이로부터 신선한 접근법의 설명을 들으며. 역시 비 오는 날엔 비자림 진리 워낙 일찍 나와서 비행기 타기까진 여유시간이 조금 남았다. 지난 2월 푸르름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성산일출봉. 푸른 잔디 펼쳐진 일출봉의 언덕이 그리웠다. 몇번을 찾아도 좋은 곳. 좋을 곳. 오조리 주민이었던 작년 봄과 여름엔 시도때도 없이 바라보고, 온갖 ..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한 아침 어제의 무시무시했던 태풍이 완전히 소강된 맑은 하늘이 그랬고 부지런히 북어국에 밥 말아먹는 멤버들이 그랬다. 나는 죽을 것 같았다구요. 제주 날씨 지랄 같은 건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 했다. 뒤에서 누가 미는 것 같은 바람과 싸다구 맞는 것 같은 빗방울은 온데간데 없이 뻔뻔한 날씨. 그래도 어떻게든 출근해야만 한다는 손작가님은 벌써 새벽 공항으로 출두했고, 뭐라도 해보겠다는 화성형님과 나라이짱을 보내기 전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에 없는 손작가님, 쿠살님, 느림보님, 선우언니, 등등은 저기 보금자리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가는 사람은 가는 거고, 우리는 물놀이나 하러 가자. 캐COOL~ 물 무서움증 + 숙취에 쌓인 나는 '놀았다'기보단 그냥 물에서 ..
은연중에 여기저기 조금씩 드러내놓긴 했지만, SET 상품을 기다리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펼쳐봐요. 되게 오래된 기억처럼 아스라한 느낌이 드는 건, 계절이 바뀌어 바람 냄새가 달라진 탓이겠지요. 입추를 바라보던 여름의 끝자락. 작은 전시회를 위해 조르바에 모인 젊은 영혼들. 그들을 위해 커다란 돌풍이 제주를 점령한 날의 이야기. 토요일 전시를 무사히 끝내고 일요일 상경하려던 젊은 영혼들은 꼼짝없이 제주에 묶이게 되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상상황과 항공권, 공항 상태 등을 체크하다가 할 수 있는 건 '포기'밖에 없음을 자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쿨해지지 못하는 좌불안석 거지같은 콩닥거림을 공유하며. "어찌됐든 마시자" 메뉴는 제주쌀막걸리에 해물파전+김치전 당연한거 아닌가요. 성격 급한 나는 기다리..
제주에 가기 전 날, 아일랜드조르바 네이버 카페에서 귀여운 애들 사진을 봤다. 핑크트럭 옹달샘에서 멍멍이 달이를 주눅들게 한 여자 어린이들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소리내 웃었다. 전시 준비를 막 마쳤을 무렵, 사진 속 그 아이들이 눈 앞에 나타났다. 여섯살 현지, 일곱살 현진이. 처음에 조금 수줍어하는가 싶더니 금세 친해져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똘똘 뭉친 말괄량이들에게 아이폰 푸딩카메라를 내어줬다. 어? 곧잘 찍는다. 아니 잘 찍는다..! 현지, 현진과 초딩과 중딩 민지. 넷에게 PEN을 맡겨놓고 놀게 놔두었다. 돌아와서 보니 이런 사랑스런 장면들이 가득.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누어주어 그들이 담은 사진으로 전시하는 꿈꾸는 카메라. 여기 네명의 어린이는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부담..
초록을 사랑하는 이들을 안다. 그들은 초록이 있어 안심하고 초록에게 위안 받고 초록에게 의지한다. 어딘가에선 한 없이 추악해질 것 같은 이도 초록 앞에선 아이처럼 작아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풀 따위에게 사랑을 쏟으며 진정 행복해하는 모습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그랬다. 도시를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며, 시야 가득 초록이 넘실대는 풍경에 갈망하는 나를 발견한다. 봄의 초록, 여름의 초록, 풀과 나무 저마다의 초록을 외게 된 내가 여기에 있다. 자연이 내게로 왔다. 그 맛을 혀가 기억해 이젠 주기적으로 충족시키지 않으면 몸살이 날 만큼. August 2011 @ Jeju
"여러 번 사랑하고 싶다. 한 사람과" 오래 전 친구의 텀블러에서 읽은 문구가 맴도는 날. @meltingframe August 2011 @ Jeju
지난 5월, 우리는 명동에서 만났다. 조르바 언니들이 서울에 왔을 때 마침 꿈꾸는 카메라 전시가 있었고 좋은 사람과 좋은 것을 나누는 일은 응당 마땅한 이치였다. → 5월의 그날 인연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때 엮어지는 붉은 실이니까. 그 실을 이어 꿈꾸는 카메라는 제주에 안착했다. 그리고 나도. 아침, 전시 준비를 시작했다. 잠비아와 브룬디 아이들이 담은 꿈꾸는 사진을 직접 골라내고 디렉팅하며 나 또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겉은 덥고 지쳤지만, 명동에서 보던 사진을 내 손으로 만지면서 걸어둘 때의 오묘함이란. 함께 한 사람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 마음을 나눌 수 있으니. 우여곡절 끝에 안거리와 밖거리에 준비된 모든 사진을 전시했다. 나름 제주의 바람과 돌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말 안하면 아무도..
밤새도록 낑낑대는 업동이 꼬맹이 녀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새벽을 선물해주렸던 모양이다. 밤새 울어대는 솜씨하며, 밥 먹는 양, 흙에서 사는 모습 등 예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게 적응이 빠를 줄이야. 이름은 정해졌니? 나는 너 뭉치 하고 싶은데. 사고뭉치. 하나도 조심하고 싶지 않은 똥개를 시작으로 동네 구경 좀 해볼까. 단호박 썰다가 손가락 베어놓고 호박꽃 필 시기인 줄은 이제서야 알았다. 약 20시간 뒤 칠흙같은 밤, 뱀띠녀와 소띠녀를 데리고 나와 이 예쁜 핑크와 오렌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어둠 속에선 현무암에 대조된 컬러감을 알아챌 수 없고. 예쁜 블루가 가득한 동네라는 것도, 말로 해 무엇하리. 노란 꽃 핀 둥근 집도 있고 스산하지만 운치있는 빈집은 '많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