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201Q
가능1동 대동한의원 골목. 내가 살던 동네다.집 앞에 있는 놀이터 만드는 공사를 시작하던 다섯 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기억이 남아 있는 곳. 하지만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침을 맞던 대동한의원은 없어졌고할머니가 약재를 달여 기름을 짜내던 방앗간은 예의 성대함은 찾아볼 수 없이 까맣게 타 버렸고무서운 주인 아줌마와 개가 살던 문방구 자리에는 사람의 흔적 없이 풀만 무성했다.내 모든 성장기를 보신 용화슈퍼 아줌마 아저씨를 마주쳐 인사했다.몇 살이냐 물으셨다. 나는 앞으로 자라고 있는데 골목은 과거에 멈춰 있었다. Canon PrimaSep. 2013 @ Uijeoungbu
낚시도 도박같은 건가보다. 손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코 앞에 지나다니는 생선을 보고 잠자리 채 같은 걸 샀다.한 마리 잡으니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물에 대고 헛손질 해대다 해가 졌다.한 마리 학꽁치는 절름발이 고양이에게 던져줬다. Canon PrimaSep. 2013 @ Taean
2-3년 전 길을 잘못 들어 작은 해변에 도착한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을 다시 찾았다.내 마음이 그 때보다 조금 부자가 됐다는 걸 알았다. Canon PrimaSep. 2013 @ Taean
내 나이와 같은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다. 버석버석한 소리날 것 같은 아파트 외관, 피톤치드 풍기는 풀과 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은 노인들, 해먹까지 걸어놓고 고기 구워 먹는 가족, 야옹 하고 부르면 마중 나오는 아기 고양이... 운 좋게도 깔끔하게 리모델링 된 집에 살면서 이룬 운치와 귀여움을 누린다.요즘은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지만 도둑질일까봐 참는다.감나무엔 감이, 모과나무엔 모과가, 대추나무엔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Canon PrimaAug. 2013 @ Kwangmyung
으레 그렇듯 얼릴 땐 화려한 결혼식을 꿈꿨다고 한다.그러나 막상 결혼 준비를 하게 되니 사치 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하게 되더라는 친구.그리고 새침떼기인 줄 알았던 여자가 알뜰한 아내가 되리란 걸 알고 조금 더 반한 것 같은 친구의 남편. 고등학교 땐 친구 결혼 선물로 양문형 냉장고 정돈 턱하니 사 줄 수 있을 줄 알았다.소박하게 스팀 다리미를 사주었다.조금 더 소박하게 사진 앨범과 액자를 준비했다. Canon AE-1Jul. 2013 @ Seoul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땐 바다에 내려가 조개 줍고 방게 잡느라 바빴다. 해가 비양도를 배경으로 뉘엿뉘엿 질 땐 카페 창 밖으로 감상하느라 바빴다. 조식으로 주는 두부샐러드가 맛있는 게스트하우스. (지금도 주려나?) Mar. 2013 @ Jeju